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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집시’라는 이름을 들으면 부랑자 집단,
검은 머리칼과 눈동자에 강렬한 원색이 어우러진 치마를 두른 빨간 입술의 여인, 타로 카드 점과 애환이 깃든 음악 등이 떠오른다.
유랑 생활의 시작이 8세기에서 10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집시들의 슬픈 역사와 사람들의 냉대, 천시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여전히 신비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떨쳐버리지 못함은 다분히 자연 친화적이고 자유와 음악을 벗삼으며

―그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뜨거운 피’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방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재 전세계에 흩어진 집시들의 음악은 그들의 생활 공간과 거주 지역에의 동화 과정 등으로 말미암아 상이한 양상을 띠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화려한 기교와 즉흥성 그리고 애절함과 때론 희열을 간직한 가장 소박하고 원초적인 인간적 서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보편성을 갖는다.

삶 자체가 절절한 한 마디의 노래고 음이다 보니, 그들의 음악에서는 매혹적이고 예술적인 색채마저도 풍겨나고 있는데, 비탄의 심정을 토로하는 비가에서부터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서 몸짓으로 열광하는 춤곡 등 표현하는 형식도 여러 가지다.



음악적으로든, 기술적으로든, 월드 뮤직에서 이 음반을 빼놓고 집시 음악을 논하기란 어렵다.

인간이 지니는 희로애락을 두 장의 CD에 담아 내고 있는 이 음반에는 장엄한 느낌을 주는 노매딕 집시 음악의 ‘시베리안 집시’, 춤과 피들 위주의 경쾌함을 보여 주는 도시형 집시 음악 ‘젤렘’과 ‘일로’, 집시 로망스의 ‘니콜라이 에르덴코’, ‘발렌티나 프로노마레바’, ‘모세 오글루’ 그리고 러시아 남부 집시의 음악을 보여 주는 ‘로이코’ 등 러시아 집시 음악의 네 갈래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로이코는 러시아의 전설적인 집시 피들러 로이코 자바르(Loyko Zabar)의 이름에서 그룹명을 따온 러시아 최고의 집시 그룹으로, 멤버 모두 인생의 허무와 슬픔을 역동적인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집시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