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뮤직에 관한 우리의 '초기 경험'은 팝 음악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많다.
안데스 음악의 경우 사이먼 앤 가펑클(그리고 폴 사이먼)의 "El Condor Pasa"나 "Duncan" 등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한편 1960~70년대 남미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에바 칸씨온(Nueva Cancion)의 선구자들, 예를 들어 칠레의 비올레타 파라나 빅토르 하라, 아르헨티나의 아타우알파 유팡키와 메르세데스 소사 같은 인물들의 음악을 통해 안데스 음악의 유산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폴 사이먼 같은) 이방인이든, (누에바 칸씨온의 선구자 같은) 본토인이든 이들에 의해 한번 여과된 음악과 본래의 민속음악 사이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는 "El Condor Pasa"의 두 개의 상이한 버전을 들으면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우냐 라모스(Una Ramos)의 연주는 처음에는 사이먼 앤 가펑클의 버전과 비슷하지만 절이 바뀌면서 변주를 펼치다가 3절에서는 케나와 차랑고의 즉흥연주가 전개되면서 신명나는 무드를 만들어 내고, 루미야흐타(Rumillajta)의 연주는 같은 악기를 사용하면서도 애상적 무드가 강하게 편곡되어 있다.
이렇게 익숙한 트랙부터 찾아 듣다 보면 "Llorando Se Fue"에서 귀가 멈출 것이다.
볼리비아 출신의 키하르카스(K'jarkas)가 연주하는 이 곡은 '람바다(Lambada)'로 널리 알려진 그 곡이다.
1980년대 중반 세계 전역의 댄스플로어를 강타한 음악의 원형을 찾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역시 키하르카스가 연주하는 "El Amor y la Libertad"나 마우로 모노(Mauro Mono)가 연주하는 "Cancion y Huayno"도 남미 음악에 조금 익숙한 사람이라면 언젠가 한번 들어보았을 곡이었을 것이다.
물론 처음 듣는 곡이라곤 해도 술마 유가르(Zulma Yugar)의 "Bolivia"라는 곡처럼 '발라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곡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점차 익숙해지면 케나와 시쿠 같은 피리 류(類)의 악기, 차랑고 같은 기타 류(類)의 악기, 그리고 북의 한 종류인 봄보 소리도 친숙해질 것이다.
파밀리아 필코(Familia Pilco)처럼 안데스 음악과는 기원이 다른 바이올린을 토착화해낸 음악도 '글로벌 퓨전'의 사례로서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