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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맹꼬-집시들의 눈물과 한의 음악 (Flamenco)

조회 수 8535 추천 수 0 2005.09.08 00:20:07

 


 

안달루시아 지방의 오랜 음악적 전통에서 싹터 나온 플라멩꼬(Flamenco)는 집시들의 슬픔과 위안, 괴로움과 추억을 담아 어느 것과도 비길 바 없는 아름답고 독특한 음악이 되었다. 플라멩꼬의 노래, 기타 반주, 섬세하고도 감정 넘치는 박자를 듣노라면, 소외된 삶의 아픔과 자존심을 예술로 승화시킨 슬픔과 저항에 찬 목소리가 저 먼 과거로부터 들려오는 듯하다.
집시라면 누구나 낭만적인 환상을 생각하게 된다. 까르멘이나 에스메랄다)처럼 격렬하며,극적으로 사는 여자들. 그러나 에스파냐의 시인이자수필가인 펠릭스 그란데(Felix Grande)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플라멩꼬의 추억(Memoria del Flamenco)』에서 정열적이며 화려한 집시 대신에 언제나 이방인 이거나 방랑자이거나 추방자라는 숙명을 짊어진 집시들의 슬픔과 괴로움에 동정어린 눈길을 돌려 집시 공동체의 마음을 두드려 온플라멩꼬 속에서 시와 이야기의 어울림,개인적 회상,정신적 매력, 영감 등을 찾아내고 있다. 집시들의 슬픔과 고통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그리 분명하지는 않지만‥‥
가난과오해 속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안고수백 년을유랑한끝에 첫 번째 집시의 무리가 이베리아 반도에 도착, 에스파냐 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5세기 초의 일이었다. 1425년 1월 아라곤왕국의 알폰소5세는 앞으로3개월 동안 '소이집트 에서 온 존과 그의 무리들이 가는 길을 막지 말라고 신하들에게 명을 내리면서 친히 서명한 안전통행증을 발급하였다. 이 안전통행증은 집시의 에스파냐 도착을 증명해 주는 가장 오래된 현존 문서로서,현재 바르셀로나에 있는 아라곤 왕립기록보관소에서 소장하고 있다.
알폰소 왕은 다시 넉 달후인 1425년 5월, '이집트 에서 온 토마스와그의 무리들에게 왕국내에서의 여행과 거주를 허가하는 안전통행증을 발급해 주었다. 얼마 안 되어 다른 집시의 무리들도 뒤따라 들어왔고 안전통행증도 더 많이 발급되었다. 그렇게 해서 집시들은 당국의 보호 아래 수십 년 동안 이베리아 반도 곳곳을 자유로이 떠돌아다닐 수 있었다.
토착민들은 어째서 집시들이 늘 떠돌아다니는지 궁금해 했다. 그들이 쓰는 낯선 언어,낯선 옷차림,괴상한 행동은 종종 말썽을 일으켰다. 도시나 농촌사람 모두 길들여진 곰의 묘기, 염소의 춤,점치기 등을보고 즐거워 하면서도 집시들의 이런 재주를볼 때마다 악마를 연상하곤 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당시로서는 집시들의 마법이나 요술을 받아 들일 수 없었고 비나 해,우박 등의 횡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이들의 떠돌이 습성은 마침내 토착민들로 하여금 경계를 확립하고 구획선-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을 그을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었던 것이다.
1499년 4월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이 집시들의 유랑생활을 금지하는 법령에 서명하고 추방, 매질, 귀 자르기,종신 노예형 등을 포함하는 형벌법을 마련하였다. 유랑을금지하는 것은 집시들의 얼을 빼앗는 것이나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법령은 그후 300년에 걸쳐 시행된 일련의 반집시법의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1783년 9월 19일 찰스 3세가 '집시의 유랑과 풍기 문란 단속 및 처벌법' 이라는 법령에 서명, 공포하기까지 에스파냐에서 집시들에게 끔찍한 벌을 주는 법령은 100가지 이상이나 통과되었다.
  집시가 폭행이나 좀도둑질을 했을 때만 이런 벌을준 것은 아니었다. 많은 경우,그들이 단지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해서,집시 고유의 언어를 쓰거나 옷을 입었다고 해서,점을 친다고 해서,또는 심술궂고 악의적인 사람들이 꾸며 낸 모략 때문에도 가혹한 형벌을 받았다. 뭐든지 잘못되면 집시 탓으로돌렸다. 한마디로 집시이기 때문에 형벌을 받았던 것이다.
이와 같이 끊임없는 집시에 대한 탄압은 18세기 말까지 계속되었으며,바로 이때부터 남쪽 안달루시아에선 집시들의 슬픔에 찬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악의 천재들은 보편적인 어리석음이 흐리게 하고 없애려 하는 정신적 진실을 세상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하였다. 바로 플라멩꼬라는 피맺힌 한(恨)의 노래,눈물의 기타로‥‥
인간의 천재성이 늘 처절한 슬픔과 고독 속에서 발휘되듯이 에스파냐,그 중에서도 남쪽 안달루시아에서 고고하게 울려 퍼진 플라멩꼬는 에스파냐의 오랜 음악적 전통과 집시들의 슬픔이 한데 어우러져 탄생한 예술이었다. 동시에 이 비길 데 없는 예술 형식은 인간의 양심 형성에 이바지하는 가슴 아프고도 충실한 역사의 증언이기도 했다.
      마누엘 마차도(Manuel Machado y Ruit, 1874~1947년), 페데리꼬 가르씨아 로르까(Federico Garcia Lurca, 1898~1936년),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 1876~1946년) 등 감성의 예술가들을 이렇듯 풍부하게 키운 토양을 가진 안달루시아야말로 외국인한테는 에스파냐의 이미지를 그대로 전해 주는 고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안달루시아인은 그것이 아무리 순간적이건 영구적이건, 이성적이건 비이성적이건 상관없이 모든 창조적 충동을 포용하고 그 결과로 생기는 기묘한 조화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안달루시아인은 기질적으로 집시에 대해서 일종의 공감을 느꼈을 것이다. 남국인답게 낙천적인 정열가이며 유머가 풍부하고 그 반면,감수성이 강하고 숙명론자이기도 하여 틀에 박힌 답답한 삶을 싫어하고 반역 정신을 가진 안달루시아인이 집시라고 하는 깃털처럼 가볍고 바람처럼 자유로운존재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낸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집시들이 동방으로부터 가지고 온 금속 기술이나 가축에 관한 지식의 풍부함은 주로 농경을 영위했던 안달루시아인으로 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안달루시아인은 꼭 필요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플라멩꼬는 안달루시아에서 언제 생겨났으며 어떻게 발전해 온 것일까?
그라나다의 다로 강을 사이에 끼고 알람브라 궁전의 건너편에 약간 높은 언덕이 있다. 알바이신 언덕이라고 하여,그라나다에서는 가장 오래된 언덕이다. 강 건너편에 알람브라 궁전이 세워질 때까지 이 언덕에 성이 있었으며,그라나다 왕이 살고 있었다. 12세기경에는회교사원이 이곳에 30개나 있었다고한다.
  집시 거주 지구인 사크로몬테는 알바이신 언덕 동쪽에 있다. 지금도 집시들은 오래 전 언덕의 경사면에 파놓은 동굴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동굴 안에는 장소가 좁다는 듯 구리 냄비나 프라이팬 등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그들이 직접 만든 물건이다. 그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플라멩꼬를 추거나 편자를 만들어 근근이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들의 삶은 옛날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관습도 마찬가지이며, 마치 이곳이 고향이라는 듯 평온히 살고 있다. 자기들에겐 발길 닿는 곳이 모두 고향이라는 듯이....

* 스페인의 하루는 네 가지 시간으로 구분된다. 대충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아침이고 저녁 10시까지는 오후, 저녁은 새벽 2시까지다. 그리고 나면 스페인의 독특한 네번째 활동 시간인 '라마드루가다(새벽)' 가 찾아온다. 플라멩꼬 술집 따블라오에서의 플라멩꼬 쇼는 보통 밤 1 1시에 시작, 새벽녘까지 계속된다.
플라멩꼬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아직까지 정설로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회교풍과 카스티야풍이 뒤섞인 안달루시아의 오랜 음악적 전통에서 싹터 나온 집시들의 끝없는 서러움의 노래라는 것이다.
플라멩꼬는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정열적이고 화려한 춤은 아니었다. 게다가 초기,즉 19세기 초까지의 플라멩꼬는 전적으로 집시의 거주지 안에서만 행해지고 있었으며 기타를사용하는 것도 아직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가난했으니까. 노래나 춤은 오로지 손뼉이나 손가락 튕기기,매김소리에 의해서 반주되고 있었다.

** 싸빠떼아도 어원은 '구두'라는 뜻인 'Zapat 로 구두끝과 발꿈치로 마루 바닥을 세게 혹은 가볍게 두드리면서 춘다.

  남성은 싸빠떼아도(Zapateado)를 사용하는 등 어느 정도 격정적이었으나 여성들의 춤은 그다지 화려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9세기에 이르러 플라멩꼬는 목소리(Cante)와 기타 반주(Tocar)와 몸짓(Baile)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게 되면서 가사와 음악과 춤이 삼위일체가 된,장중하면서도 은밀한 관능미가 넘쳐흐르는 독특한 예술로 발전한 것이다.
그런데 플라멩꼬 라는 말의 기원은 그리 명확하지가 않고 여러 가지 설이있다. 민속 연구가 가르씨아 마또스(Garcia Matos)는 플라멩꼬가 '불꽃'을 의미하는 Flama' 라는 라틴어에서 온 서민층의 은어로서 '멋들어진 , '화려한' 을 뜻하는단어에서 유래 되었다고주장하였다. 다른설을보면,15세기에 '레꽁끼스따 (Reconquistar)' 의 승리로 에스파냐에서 추방되어 플랑더스(Flanders) 지방(지금의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일부 지방)으로 이주해 간 유대인들이 그곳에서 성가를 부르며 마음을 달랬는데,그 성가를 에스파냐에 남아 있던 유대인들(Sepharad)이 '플라멩꼬'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고한다.

** 레꽁끼스따 : 이베 리아 반도에서 무어인을 추방하기 위해 장기간 계속된 예스파냐의 국토회복운동(711~1492년)

그런가 하면 에스파냐의 민속 연구가 안또니오 마차도 알바레스(Antonio Machado A1varez)는 자신의 플라멩꼬 가창집 『데모피오(Demofilo)』 (1881년)의 서문에서 "집시들은 안달루시아인을 가초스(Gachos: 녀석,놈이란뜻)라고 불렀으며,반면에 안달루시아인들은 집시들을 '플라멩꼬스 라고 불렀는데,이러한 명칭들의 근원과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다. "고 쓰고 있다. 한편 기타리스트 뻬뻬 로메로는 아라비아 말인 'felag(방랑자)'와 'Mengo(농부)' 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 호따 : 격렬하게 뛰고 빙빙 돌기도 하는3박자의 빠른춤.
                                                                      
여기에 덧붙여서 플라멩꼬는 일명 '간떼 혼도(Cante Jondo: 심오한 노래)'라 불려지기도 하는데, '간떼 혼로 는 플라멩꼬 가창에서 가장 심오하고 순수한 정서와 감정을 가리키는 것이다. 고통 어린 몸부림, 탄식,장중하고도 고통스런 절규 등이 '깐떼 혼도' 의 특징이다. 안달루시아의 민속학자 호세 칸의 설명에 의하면 중세 에스파냐에서 아라곤 지방의 유명한 무곡 '호따(Jota)'를 갈리시아 포도아어식으로 복음화(複音化)한 것이라고 한다. 고대로부터 에스파냐에 정주해 온 유대인들은 오늘날에도 '호따 를 '혼도' 로 발음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깐떼 혼도는 에스파냐의 유대인어인 '깐떼 호미띠브(Cante Jomitib)' 가 변형된 형태로서 그 의미는 '축제일의 노래' 라고한다.
  이와 같이 깐떼 혼도 속에는 고대로부터 안달루시아에 정착하였던 유대인,7세기 이후 거주한 무어인들 그리고 토착 안달루시아인들과 집시들의 영혼의 외침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다양한 어원학적인 연구에도 불구하고 플라멩꼬의 명확한 어원은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 줄리엣이 "이름이 어쨌다는 거예요? 우리가 장미라고 부르고 있는 꽃은 다른 어떤 이름으로 불러도 마찬가지로 좋은 향기가 날 거예요."라고 말한 것처럼 그 어원에 상관없이 플라멩꼬는한 민족의 뿌리와 동질감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으뜸가는 예술 형식이 아닌가.
여기서 플라멩꼬를 위한 악기로 눈을 돌려 보자. 기타는 말할 것도 없이 예부터 에스파냐의 상징으로, '민족의 악기'로 까지 불려 왔다. 프란씨스꼬따레가 (Francisco Tarrega)나 쎄고비아(Segovia)에 의해 널리 알려진 클래식 기타의 전통과 나란히, 에스파냐에는 또하나의 멋진 기타가 있다. 바로 플라멩꼬 기타이다.
플라멩꼬에서는 클래식과 달리 현을 하나 하나 곱게 뜯는(punteado)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쳐서 강렬한 소리를 내는 주법(rasgueado)이 주로 사용된다 따라서 악기 자체도 클래식 기타와는 약간 다르다. 가능하면 크고 고운 음이, 더구나 가벼운 터치로도 나올 수 있도록 표면판이 아주 얇게 만들어져 있다. 칠도 가능한 한 적게 칠했기 때문에 대개가 흰빛을 띤 악기가 많다. 뿐만 아니라 목 윗부분의 줄감는 곳도 현재와같이 옆쪽에서 감는 금속제가 아니고, 뒤쪽에서 나무나사를끼워 넣는 형태로 되어 있어, 어딘지 모르게 순수한 풍취를 품긴다.
플라멩꼬 기타 외에 사용되는 악기로 반두리아(Bandurria)가 있다. 이것은 말하자면 에스파냐의 플랫 만돌린(몸통 뒤가 기타처럼 평평한 만돌린) 같은 악기로 6쌍의 복현(複弦)을 플렉트럼(채)으로 쳐서 소리를 낸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악기는 캐스터네츠(Castanets)이다. 아마 한 번이라도 플라멩꼬춤을 본 사람이라면 무용수가 양손에 쥔 그 작은나무토막에서 의외로 경쾌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리듬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율동미가 넘치는 에스파냐 무용을 더욱 정열적인 것으로 만드는 캐스터네츠는, 이베리아 지방에서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악기이다. 실제로 캐스터네츠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사용되었다고 한다.
에스파냐어로는 '까스따뉴엘라(Castanuela)'라고부르는데 이것은 '밤(栗)'을 뜻하는 말 '까스따냐(Castana)' 에서 온 것이다. 실제로 가만히 살펴보면 오래 사용된 캐스터네츠는 닳고 닳아 모양이나 윤기가 밤과 비슷하다. 또 이름 그대로 캐스터네츠는 재질이 단단한 밤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 트레몰로 음악에서,같은 음이 빠르게 반복되어 떨리듯이 들리는음, 또는 그러한 소리를내는 연주법.

집시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고 이를 사랑했던 시인 로르까는 캐스터네츠를 '소리가 좋은 투구벌레 라고 노래하기도 했는데, 맞는 말이다. 캐스터네츠는 마치 생물과 같아서 암수의 구별이 있다. 무용수는 좌우 양손에 1개씩 쥐는데,왼손으로 치는 저음이 마초(수컷)', 오른손으로 내는 고음이 '엠브라(암컷)' 이다. 하지만 캐스터네츠의 소리를 내는 방법은 보기와는 달리 그리 쉽지않다. 손가락을 차례차례로 재빠르게 놀려 트레몰로(Tremolo) 같은 현란한 연타음을 자유롭게  냈을 때, 유서 깊은 이 독특한 악기는 진짜 살아 있는 생물이 되어 플라멩꼬를 더욱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림 19세기 초까지 전적으로 집시 거주지 안에서 행해지고 있었던 플라멩꼬의 각별한 맛이 안달루시아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시작하고 차차 안달루시아 지역의 예술 활동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의 일이다. 그것은 우선 일터에서, 그리고 가족의 모임에서 불려졌고, 그 이후작은술집에서 또는 마을의 축제 등에서 불려지게 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1842년, 안달루시아 제일의 도시인 세비야에 최초의 '까페 깐딴떼(Cafe Cantante)', 즉 플라멩꼬를 레퍼토리로 하는 술집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집시의 예술은 금기와 두려움의 장벽을 무너뜨리면서 남쪽에 있는 카디스, 그 근방인 포도주 명산지 헤레스는 물론이고 안달루시아의 거리거리에 흘러들었다. 이것이 차차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그밖에 북방의 주요도시로 퍼져 나가면서 갈등 지양적인 새로운 관계의 장을 열어 나간 것이다.
일찍이 반주 없이도 어느 민요보다 풍부한 표현력을 보였던 플라멩꼬에 기타 반주가 곁들여진 것은 바로 이 무렵부터 였다. 오묘한 리듬 배합과 함께 기쁨과 우울, 장중함을 담고 잔잔히 흐르는 기타 반주는 노래나 무용과 실로 잘 어울렸다.
그 결과 가스등을 켠 판자를 깐 무대에서 플라멩꼬의 음악과춤은 눈부신 발전을 보였다.
이제 집시들은 그들과는 다른 문화의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게 되었다. 이러한 접촉의 결과 돈을 버는 예능이 된 플라멩꼬는 우수한 전문적인 아티스트-가수,무용수, 기타리스트-를 대거 배출시켰다. 그리고 그들 간의 경쟁이나 상호의 영향이 플라멩꼬를 더욱 풍성한 것으로 만들어 갔다.
이와동시에 문화 변용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데,그 중에는 아주 놀랄 만한것도 있었다. 유명한 플라멩꼬 아티스트들 중에는 돈 안또니오 차꼰(Don Antonio Chacon)이나 씰베리오(Silverio)와 같은 집시의 피를 받지 않은 빠요(Payo: 집시가 아닌 사람을 가리키는 말)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플라멩꼬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던 집시에 대한 오랜 인상을 지우고,서서히 증가하는 청중의 요구에 맞춰 집시 사회뿐만 아니고 모든 안달루시아인,나아가서 에스파냐 문화의 떳떳한 한 식구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까페 깐딴떼의 무대에서 노래하는 플라멩꼬는 좁은 집시 사회에서 만들어진 형식만이 아니라 소위 '범안달루시아적인 민요의 가락들과도 섞이기 시작했다.
  물론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플라멩꼬는 이때부터 그 본래의 진정한 예술성을 잃게 되었다. 이는 집시 민속 예술의 정통성에 하나의 오점이자 그 명맥을 끊을수도 있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사람들도적지 않았다.
19세기에 황금시대를 자랑했던 '깐떼 혼도' , 플라멩꼬의 핵심을 이루는 순수하고 진정한 가창인 '심오한 노래'가 그 귀중한 음악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쇠퇴해 가는 것을 지켜보던 음악가 마누엘 데 파야와 시인 페데리꼬 가르씨아 로르까가 깐떼 혼도의 원형을 지키기 위해 유명한 화가 이그나시오 슬로아, 기타리스트 안드레스 쎄고비아와 함께 '깐떼 혼도꽁꾸르' 를 개최한 것은 1922년이었다. 또 꽁꾸르에 앞서 깐떼 혼도에 관한 매우 시적이며 조예가 깊은 강연을 한 것은 로르까였다.
  간떼 혼도 꽁꾸르는 시인인 그에게 다시없는 결실을 안겨 주었다. 13세기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 서린 고도 그라나다에서 태어나 1936년 38살의 나이로 프랑코의 민병대에 의해 살해된 시인 로르까. 일찍부터 고향 안달루시아의 민속음악과 집시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그 속에서 독창적인 영감을 끌어내기도한 로르까가 1921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10년 후인 1931년에 출판된 시집 『깐떼 혼도』는 마치 폭우와도 같은 급격함,화산과도 같은 격렬함으로 노래한 가장 안달루시아적인 정서와 감정의 발로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깐따오르(Cantaor: 남성 가수)인 마누엘 또레(Manuel Torre)나 깐따오라(Cantaora: 여성 가수) 니냐 데 로스 뻬이네스(Nina de Los Peines)와 알게 된 것은 그의 시적 세계를 더욱 깊게 해주었다. 아마도 로르까는 그들의 노래나 인품을 통해서 안달루시아의 민중 예술이 갖는 어떤 헤아리기 어려운 미의 고귀함을 깨달았으리라.
실제로 문자 기록 말고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사람들은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플라멩꼬의 노래와 시를 얕봐 왔었다. 그러나 로르까는 안달루시아와 집시 민요에 대한 지식을 더욱 체계적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그는 그라나다 주변의 민요만도 300편을 암송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의 채보한 민요에 대한 화성 붙임은 대게 아무런 허식을 달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곡의 핵심을 찌르는 훌릉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늘 다망했던 로르까는 이 유산을 테이프나 악보로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치니따스의 술집(El Cafe de Chinitas).이나 「세비야의 자장가(Nana de Sevilla). 등 겨우 10여 편만 전해지고 있을뿐이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까페 깐딴떼의 전통은 자연스럽게 근대 문명의 물결 즉, 라디오와 영화의 등장 그리고 통속적인 유사 플라멩꼬인 '아플라멩까도 (Aflamencado: 플라멩꼬같은)'의 유행으로 점차 그 본래의 예술성과 정신을 잃고 쇠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단의 예술가들과 지식인들은 이와 같은 사태를 막아 집시 예술의 참 모습을 되찾기로 다짐했다. 문화 활동과 교육의 초점이 되며 나아가 새로운 삶을 일깨우는 영감의 원천이 될 고귀한 예술을 보존하고 연구할 수 있는 아카데미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마침내 1957년에 헤레스에 플라멩꼬예술원이 설립되었고 같은 해에 첫 번째 꽁꾸르와 축제 연주회가 코르도바에서 열림으로써 이 숭고한 예술은 에스파냐의 문화생활에서 되살아날수 있었다 이 같은 플라멩꼬의 부활에는 물론 에스파냐 내외에 걸친 각 방면의 식자나 애호가의 지원도 있었지만,황당하게도 유명한 독재자 프랑코의 공도 컸다.
1950년대 에스파냐에서는 화려한 선전과 엄격한 검열이 만연했다 3명만 모이면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는 당시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때문에 사람들은 체포의 두려움에 떨었다. 주목할 만한 책과 음악, 영화들이 금지되거나 삭제되곤 했다. 프랑코의 화석처럼 굳어버린 독재 체제는 당연히 국제적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프랑코는 이 같은 비난을 다른방향으로 희석시키기 위해 '에스파냐=플라멩꼬의 나라'라는 등식이 성립되도록 플라멩꼬를 선전하는 대내외 홍보 활동을 강화했다. 결국 이 전략은 맞아떨어져 '에스파냐=독재국가 라는 이미지 대신 '에스파냐=플라멩꼬를 즐기는 정열의 나라' 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36년간 에스파냐를 편집광적인 사회 분위기로 이끌었던 독재자 프랑코는 갔지만,플라멩꼬는 여전히 그 예술적 풍성함으로 폭발하고 있다 예술은길고 인생은 짧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생생한 증거가 아닐까.
               그렇다면 플라멩꼬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정열과 애수로 대표되는 플라멩꼬는 노래(간떼),춤(바일레), 기타의 반주(토까)등3대 요소가 결합돼야만 완벽한 모습을 갖춘다. 하지만 플라멩꼬의 중요한 기둥을 이루는 것은 '깐떼'라 불리는 노래이다. 더구나 그 특색은 벨칸토 같은 미성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있는 그대로의 육성에 의한 탁성(목이 약간쉬어서 거칠고 텁텁하게 들리는 소리)이다. 우리 판소리에서 '수리성 이라고 부르는 소리이다.
  간떼 플라멩꼬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음악이기 때문에 음폭이 좁고 음량이 부족한 고운 성음으로는 음악적 표현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장장이 출신의 간따오르 아구헤따스(Agujetas)나 '깐떼의 여왕'으로 불리는 까르멘 리나레스(Carmen Linares) 같은 대스타들이 만들어 내는 간떼의 영역은 경탄할 만한 것이며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 멜리스마 : 성악곡에서 가사의 1음절에 많은 음표가 주어지는 장식적 인 선율법.
섬세한 멜리스마(Melisma)가 부단히 신비로운 정서를 자아내는 가운데 낮고 애절하게 읖조리다 파르르 떨면서 진득한 탁성의 절규가 퍼져 나오면 듣는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물론 가수 스스로도 흥분하게 된다. 그래서 펠릭스그란데 가 나이 많은 집시 간따오라 띠아 아니까 라 삐리냐까에게 "노래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하고 물었을 때 그녀는 말하지 않았던가. '온 힘을 기울여 노래할 때면 입안 가득 피 냄새가 퍼지는듯하다. "고.
이처럼 플라멩꼬를 특징짓는 것은 거기에 펼쳐지는 정서 표현의 풍부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가망 없는사랑,죽음이나 숙명을 노래하는 씨기리야스 (Siguiriyas)의 절망적인 슬픔에서 난센스 같은 농담으로 마음껏 웃기는 부레리아스(Bulerias)나, 성서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비브리까스(Biblicas)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마음을 표현하는 형식은 약 50여 가지나 된다.
** 쏠레아레스 : 플라멩꼬의 어머니라고도 하는 근원적인 리듬으로 3박자이다 '소아리스(고독)' 에서 파생 되었다.

** 쎄기디야 : 4분의 3박자와 8분의6박자가 1절마다 바뀐다. 리듬이 아주 복잡한곡이다.

** 알레그리아스 : 초보자가 처음에 배우는 춤으로서는 가장 대중적이다. 곡의 발상은 알레그라(기쁨)에서 파생되었으므로 밝지만,표현을 우아하게 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어렵다.
흔히 그러한 것들을 '간떼 그란데(큰노래)'와 '간떼 치꼬(작은노래)'로 구분 한다. 간떼 그란데는 그 역사가 길며 고통어린 몸부림,탄식,절규로 가득찬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격조 높은 형식으로 안달루시아 집시 사회에서 탄생한 옛 노래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쏠레아레스(Soleares)', '쎄기디야(Seguidilla)', 까냐(Cana)', '뽈로(Polo)', 또나스(Tonas)',그리고 대장장이의 노래인 '따르띠네떼(Martinete)' 등이 있다.
깐떼 치꼬는 경쾌하고 일상적인 애환을 노래하는 데 적합한 형식으로, 일반적으로 간떼 그란데보다 새로운 기원을 가졌으며 춤을 동반하는 곡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알레그리아스(Alegrias)', '부레리아스', 땅기요스(Tanguillos)' 등이 있다.
또한 표현되는 정서 면에서 '그란데 와 '치꼬 사이에 위치하는 것들도 있는데, 흔히 '간떼 인떼르메디오(Cante Intermedio)' 라고 불린다 '말라게냐스(Malaguenas)', 판당고스(Fandangos)', 따란따스(Tarantas)' 등이 있다.
플라멩꼬는 이처럼 다종다양한 형식을 갖고 있지만 이른바 득음의 어려움은 우리의 판소리 못지 않다고 한다. 악보란 것을 일체 가지지 않는 플라멩꼬아티스트 들은 앞에서 소개한 각 형식에다 정해져 있는 전통적 패턴을완전히 몸에 익힌 후, 거기에 각자의 기량이나 감수성에 의한 즉흥적인 창조를 부단히 덧붙여 나간다. 득음의 경지가 초인적이듯 그 과정은 오랜 세월과 인내와 끊임없는 노력을요구한다. 그래서 플라멩꼬는 세월을 쌓아서 자기 것으로만드는 예술이라고도한다.
마드리드나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플라멩꼬를 구경할 수 있는 따블라오(Tablao)라는 전문점이 있는데,보통 쇼는 밤 11시부터 시작하여 새벽녘까지 계속된다. 쇼는 가수, 기타리스트,무용수들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구성 인원은 남자가수 1명,기타리스트 I~3명,남자무용수 2~4명,여자무용수7~12명 등 모두 10명 안팎인 경우가 많다.
  먼저 기타와 반두리아 합주가 있은 뒤 손뼉 박자와 함께 할레오(Jaleo)'라는 짧은 노래를 부르고 이어 짤막한 춤을 한 사람씩 다르게 변화를 주며 전원이 춘다. 그런 다음 한곡씩 본격적인 춤이 펼쳐지는데,그것은 바로 노래와 춤과 기타 세 가지가완벽한 조화를 이룬 화려한 플라멩꼬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이들은 결코 녹음된 음악에 맞추어서는 춤을추지 않는다. 이는 무용수와 음악인 사이에 존재하는 인간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춤은 발로 바닥을 차거나 손뼉을 치고 발끝으로 회전하는 등 다이나믹하게 진행되며 부수적인 동작 역시 현란하기 그지없다. 또한 춤추는 도중에 지르는  '올레(oie)! 하는소리는 힘을 내라는 의미의 감탄사로서,반주음악의 리듬이나 가사의 요소에 삽입하여 흥취를 고조시키는 플라멩꼬 특유의 구령이다. 춤의 동작에 따라 온 신경이 집중된 무용수의 얼굴표정에서부터 손가락끝까지 환희,노여움,슬픔 등의 감정이 수시로 교차되어 나타난다. 그리고 춤 동작을 이끄는 깐떼 혼도도 때로는 춤과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복합적으로 가슴을 파고든다.
이 같은 바일레의 기술은 춤의 능숙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얼굴의 표정이라고 한다. 주로 남성이 추는 싸빠떼아도를 출 때조차도 무용수는 발밑에 온 신경을 집중시키면서, 얼굴 표정은 자신의 마음을 비추어 준다.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육체는 감정의 상승을 통하여 존재의 불변을 묘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플라멩꼬의 진수는 그 절도와 위엄에 있다고까지 일컬어지고 있다.
플라멩꼬의 또다른 특징은 춤과노래와 연주가 클라이맥스에서 갑작스레 칼로 자르듯이 순간 정지되거나 끝난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춤과 노래는 마무리 단계가 있기 마련인데, 플라멩꼬의 경우 애처로움이든 흥겨움이든 간에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싶은 순간 끝나 버린다. 이 같은 플라멩꼬 특유의 동작의 순간 정지는,무용수의 육체는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육체 내의 에너지 규모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암시해 주고 있다. 거기서 강렬함이 발산되는 것이다. 이렇듯 플라멩꼬는 우리가 의무 교육으로 배운음악,즉 음계,율동,화성,또는 발성이나 음색에 대한 기호라는 근본적인 데서 어긋나 있는 예술이다.
** 미의 선법(프리기아 선법) 장조, 단조 어느 쪽도 아니고 '미(마)' 음을 으뜸음으로 하는 독특한 조성으로 일종의 억제된 정열, 안타까운 우수의 그늘, 꿈 같은 관능성과 신비성을 느끼게 한다.
플라멩꼬의 음계는 대부분 '미의 선법' 이며 기타에 의한 화성 진행도 서양음악의 형식이나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진행된다.
  플라멩꼬 특유의 리듬은 시계바늘처럼 12박을 최소 단위로 하며 이를 콤파스라고부른다. 이 12박에 악센트를주면 그 독특한 리듬이 태어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쏠레아레스 는 12박 중에서 3 · 6 · 8 · 12박에 악센트가 있다. 최저의 약속 단위인 콤파스를 지키면서 기타와 무용,노래와 기타,무용과 기타로 자유롭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곡을 구성해 가는 것이다. 이때 음악가들과 무용수들은 '아이레(Aire: 공기 혹은 각 리듬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 를 탄다고 한다.
플라멩꼬 특유의 마성(魔性)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두엔데(Duende)'가 있다. 사실 두엔데는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미 여러 사람들의 각기 다른 해석으로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귀신', 정' 또는 '비단의 일종'이지만 위대한 간따오르 마누엘 또레는 '검은 소리'라고 말했고 시인 로르까는 '피로 가득찬 영혼의 마지막 방' 이라고 표현했다. 이런 분분함 속에서도 기본적인 의미 공유는 이루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두엔데는사람의 마음을 힘차고 안타깝게 조여가면서 도취로 이끄는 하나의 '어두운힘'이라고나 할까.또는 '절망의 아픔' 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노래,기타,춤의 어느 것을 막론하고 플라멩꼬 아티스트들에게 매료되는 것은 바로 이 두엔데가 기예로 표현되는 전율적인 순간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변화를 거듭해 오며 또 수없이 많은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플라멩꼬는 그 다양함으로 인생을 표현하게 되었다. 집시들은 이렇듯 음악과 춤의 언어를 풍부하게 하여 그들과 세계와의 관계를 표현해 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젊은플라멩꼬 세대는 보다폭 넓은 청중과 접촉하기 위해, 더 현대적인 기타와 리듬,그리고 음향을 통해 스스로를 세계화하기 위해 외부 세계에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다.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가로지르고 있는 세계 음악의 혼합현상들을 고려할 때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집시 출신으로 마드리드의 빈민촌에서 성장하여 에스파냐 국립발레단의 수석 무용수가 되었으나,배역에 불만을 품고 국립발레단을 떠난 젊은 플라멩꼬 댄서 호아긴 꼬르떼스(Joaquin Cortes)는 전통 플라멩꼬에다 재즈,살사, 심지어 블루스까지 혼합한 이른바 '퓨전 플라멩꼬 로 에스파냐 최고의 인기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 플라멩꼬 댄서들은 패션잡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그를 아주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가 테크닉에만 치중한 나머지 플라멩꼬의 근간을 이루는 '두엔데 를 약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호아긴 꼬르떼스는 집시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더 관심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동족들에게 붙어 있는 오명을 씻어주고 싶다. 집시도 스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을보여 주고싶다. "
아마도 정통파 플라멩꼬 아티스트들은 호아긴 꼬르떼스의 퓨전 플라멩꼬를 기껏 잘 봐줘야 흥미로운 일탈이며,나쁘게 말하자면 배신으로 볼 것이다. 또 잡다한 리듬들을 동화시킴으로써 플라멩꼬의 자기 동일성을 잃어버린 진부한 음악이 될 위험은 없는지 우려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수용자의 입장에서 누구의 것이 더 나은가 하고 물어온다면 아마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통 플라멩꼬를 원하는 청중이 있는가하면 좀 가벼운 플라멩꼬를 원하는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둘사이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점만은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늘의 젊은 플라멩꼬 아티스트들이 증진시키고 있는 문화 교류는 신민족주의와 네오파시즘의 파고가 점점 높아가고 있는 이 세상으로부터 인종주의와 불관용을 추방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에스파냐에서 새로운 악기를 추가해 변화를 추구한 앨범 『아이레(Aire)』로 100만장 이상의 판매를 기록한 전통 플라멩꼬 스타 호세 메르쎄(Jose Merce)는 '퓨전을 위한 퓨전은 무의미하지만 플라멩꼬의 세계를 풍성하게 하고 넓혀 준다면 퓨전도 좋다고 생각한다. "면서 두엔데를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했다. "공연을 하거나 녹음을 할 때 혹은 친구들과 있을 때 노래하기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직업인만큼 결국 어떤식으로든 무대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일단무대에 서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신명이 난다. 그런게 바로 두엔데가 아닐까."
선조 집시 음악가들이 말 없는 축복속에 남겨 놓은 신비로운 이 두엔데를 잃어버리지 않는한 플라멩꼬의 기운은 집시들의 삶을 영원히 감쌀 수 있을 것이다.

『Lost In Paradlse』 (paras/bolero Br7100)


<< 플라멩꼬 추천음반>>

Agujetas, 『Cante Flamenco』 : Agujetas en Paris(Ocora C 560012, France)
Gustavo Montesano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Flamenco Fantasy』 (EMI EKCD-0506, Korea)
Isabel Pantoja, 『Corazon herido』 (RCA 3350-2- RL, USA)
Isabel Pantoja, 『Mis meiores Canciones』 (BMG 74321-25057-2, USA)
Miguel Poveda, 『suena Flamenco』 (harmonia mundi HMI 987019, Spain)
Misa Criolla/Misa Flamenca(Philips 814 055-2, Germany)
Pepe Romero, 『Fiamenco』 (Philips 422 069-2, Germany)
Paco de Lucia, 『Best of Flamenco Guitar』 (Phiiips PHCA-4016, Japan)
Paco de Lucia, 『paco de Lucia』 (Philips PPD-1097, Japan)
Paco Pena, 『Flamenco』 (Philips 826 904-2, Germany)
Spain, 『The Greatest Songs Ever』 (Petrol 030, Australia)
Vicente Amigo, 『Poeta』 (Sony SRCS 8532, Japan)
『Fiamenco』 : Son del Sur(EMI 7243 4 96165 2 3, Spain)
『Flamenco All Stars』(Virgin 7243 8127702 1, France)
『Flamenco Total』 : El Mondao Y Su Grupo(ARC EUCD 1385, USA)
『Ginesa Ortega Sieuto』(harmonia mundi HMI 987011, Spain)
『Gypsy Passion/ New Fiamenco』 (Narada ND-63931, USA)
『Gipsy Rumba Flamenco』(EUCD 1190, USA)
『Pasion de Espana』(Philips PHCA-112,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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